김유정 문학촌 소개합니다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웹진의 올해 표지 주제는 문학관(文學館)입니다.

지난 주. 삼박자는 다음 달 표지 취재를 위해 춘천에 다녀왔습니다.

다음 달 표지는 <동백꽃> <소낙비> <봄봄>의 김유정입니다.
저는 <봄봄>을 제일 좋아합니다.

서울 상봉역에서 한시간반 정도 전철을 타고 가면됩니다.


가장 인상적이였던 시설은 열차형 관광안내소

아늑합니다.

차도 마실 수 있고요.


그리고, 가슴 아플 정도로 조악한 김유정 문학관


문학관인데 전혀 문학적이지 않습니다. 정치인 기념관 같습니다. 그냥 동상이 있고, 복원된 생가가 있고, 일대기 비디오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즐길만한 기쁨도 공감할만한 슬픔도 없습니다.


다행히 김유정 문학촌은 아직 많은 부분이 공사중입니다. 다음에 올 때에는 이런 기분을 느끼지 않았으면.


그러던 중에 저를 울린 건 역시 김유정의 글 한토막입니다.
김유정은 이 글을 쓰기 2년 전에 소설가로 등단했고, 늑막염과 치질, 폐결핵을 앓고 있었고, 돈이 없었습니다. 김유정은 이 편지를 쓰고 11일 후에 사망했습니다. 스물아홉살이였습니다.

작가든 화가든 만화가든 음악가든, 예술가의 길을 걸으신(시는) 분이라면 이 글이 유달리 생생하게 다가올 겁니다.

필승아.
나는 날로 몸이 꺼진다.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기조차 자유롭지가 못하다.
밤에는 불면증으로 괴로운 시간을 원망하고 누워 있다.
그리고 맹열이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딱한 일이다.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
달리 도리를 차리지 않으면 이 몸을 다시는 일으키기 어렵겠다.
 
필승아.
나는 참말로 일어나고 싶다.
지금 나는 병마와 최후 담판이다.
흥패가 이 고비에 달려 있음을 내가 잘 안다. 
나에게는 돈이 시급히 필요하다. 그 돈이 없는 것이다.
 
필승아.
내가 돈 백 원을 만들어볼 작정이다.
동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네가 좀 조력하여 주기 바란다. 
또다시 탐정소설을 번역해보고 싶다.
그 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것이다.
허니, 네가 보던 중 아주 대중화되고 흥미 있는 걸로 두어 권 보내주기 바란다.
그러면 내 오십일 이내로 역하여 너의 손으로 가게 하여주마. 하거든 네가 극력 주선하여 돈으로 바꿔서 보내다오.
 
필승아.
물론 이것이 무리임을 잘 안다. 무리를 하면 병을 더친다.
그러나 그 병을 위하여 무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의 몸이다.
그 돈이 되면 우선 닭을 한 삼십 마리 고아먹겠다.
그리고 땅군을 들여 살모사 구렁이를 십여 뭇 먹어보겠다.
그래야 내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궁둥이가 쑥쏘구리 돈을 잡아먹는다. 
돈, 돈, 슬픈 일이다.
 
필승아.
나는 지금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렸다.
나로 하여금 너의 팔에 의지하여 광명을 찾게 하여 다오.
나는 요즘 가끔 울고 누워 있다.
모두가 답답한 사정이다. 
반가운 소식 전해다오.
기다리마.

3월 18일 김유정으로부터


저는 bold로 표시한 문단에서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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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좀 헛헛한 기분으로 돌아오나 했는데, 여기 반전이 있습니다.


김유정역에서 10분 정도 안으로 걸어들어가면 '책과 인쇄 박물관' 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여기 대박입니다.  관람료 5천원에 백 년 전 인쇄기가 눈 앞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근현대문학의 초판본들과 사진으로만 보던 이런 자료들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이걸 직접 내 눈으로 보다니.
Le Journal Illustre 의 명성황후 시해 사건 기사의 일러스트(그러니까 지금의 주간지 보도사진:당시 서양의 일본과 한국에 대한 정보량 차이 때문에 사무라이는 제대로 묘사한 반면 명성황후는 서양 귀부인의 복식이다.)



이제 소공이 어떤 그림을 그릴지 기다리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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